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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북 개발기 1편 — 책을 읽고 나서 아무것도 남지 않는 문제

2026-04-10·2분 읽기
삐삐북 개발기 1편 — 책을 읽고 나서 아무것도 남지 않는 문제

독서를 시작했다

어느 시점부터 책을 의도적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두 권. 처음엔 그게 쉽지 않았는데, 습관이 되고 나니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자기계발서도 읽고, 에세이도 읽고, 소설도 읽었습니다.

문제는 읽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뭐가 남나

책을 다 읽고 나면 "좋았다"는 느낌은 남습니다. 재미있었거나, 뭔가 깨달음이 있었거나, 인상 깊은 문장이 있었거나.

그런데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그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가 없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내가 왜 그 책을 좋아했는지 — 기억이 흐릿해집니다.

"책을 읽은 것"과 "책의 내용이 내 것이 된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메모를 남겨보려 했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남겨보려 했습니다.

노트에 적어봤습니다. 인상 깊은 구절이 있으면 옮겨 적고, 생각이 들면 한 줄씩 썼습니다. 그런데 몇 주 뒤에 그 노트를 다시 펼쳐보면 뭔 내용인지 파악이 잘 안 됩니다. 어떤 책에서 나온 구절인지도 헷갈립니다.

앱에서 메모해보기도 했습니다. 기본 메모앱, 노션, 에버노트. 그런데 책별로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찾으려면 검색해야 하고, 한눈에 보기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불편했던 건 책과 메모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메모가 어떤 책의 어떤 내용이었는지 맥락이 사라집니다.


독서 기록 앱을 찾아봤다

시중에 있는 독서 기록 앱들을 찾아봤습니다.

꽤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어떤 책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읽었는지 기록하는 것. 별점을 남기는 것. 짧은 감상을 쓰는 것.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이것이었습니다.

  • 책별로 메모를 쌓아둘 수 있을 것
  • 나중에 그 메모를 다시 꺼내볼 수 있을 것
  • 책의 어떤 부분을 인상 깊게 읽었는지 기록될 것

이런 앱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만들기로 했습니다.


2023년 2월, 개발 시작

iOS 개발자였으니까 바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생각한 컨셉은 단순했습니다. 책을 등록하고, 책별로 메모를 쌓아두는 것. 읽은 날짜와 함께 기록이 쌓이면, 나중에 꺼내보기 편할 것.

기술 스택은 익숙한 것으로 갔습니다. Swift UIKit. 서버는 Firebase로 서버리스 구성.

2023년 2월 14일 오후 9시, 처음으로 TestFlight에 빌드를 올렸습니다.

그게 삐삐북의 시작이었습니다. 아직 이름도, 캐릭터도, 독서통장도 없었던 시절의 첫 빌드.